갚을 능력 없는데 휴대폰 앱으로 1억 카드론…대법 "사기죄 무죄"
갚을 능력 없는데 휴대폰 앱으로 1억 카드론…대법 "사기죄 무죄"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카드사 휴대폰 앱을 이용해 동시다발로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60대 남성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죄로 기소된 60대 A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2년 6월 자신의 휴대폰에 설치된 모 카드사 앱을 애용해 1850만원을 대출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1억3610만원을 대출 받았다.
검찰은 A 씨가 동시에 카드대출을 받으면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으며 거래처에 줘야할 대금과 사채 채무가 2억원에 달했고 개인적 채무도 1억원 상당에 이르는 등 대출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모두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편취금액이 상당하고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기망 행위는 '사람'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판례상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 A 씨는 휴대폰에 설치된 카드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각종 정보를 입력한 뒤 전산상 자동으로 처리돼 카드론 대출을 받았다.
대법원은 "대출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피해 회사 직원이 대출 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했다고 볼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A 씨가 대출을 받으면서 회사 직원 등 사람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